2014. 7. 29. 22:34ㆍ성경이야기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단풍잎만 채곡채곡 떨어져 쌓여있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가수 권혜경이 부른 <산장의 여인>이라는 노래의 1절 가사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40대만 해도 이 가사가 익숙하다. 늦은 가을만 되면 TV에서도 이 노래를 드물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스산한 바람에 바닥엔 낙엽이 뒹굴고, 롱코트의 옷깃을 세운 여인이 목에 머플러를 휘감고 등장해선, 쓸쓸히 사라지는 장면이 이 노래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이 노래 1절에는 “찾는다”는 말이 두 번 나온다. 첫째 줄의 “찾는 이 없는”과 마지막 째 줄의 “찾으며”가 보인다. 그런데 이 두 “찾음”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첫 번째 줄의 “찾는 이 없다”는 말은 보거나 만나기 위해 다가오는 이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찾는다”의 일차적인 의미는 만나기 위해서 다가오는 행위를 가리키고, 그 속뜻은 좋아한다, 선호한다는 뜻이다.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를 모아 놓는 “즐겨찾기”를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 째 줄의 “찾으며”는 뭔가 새로운 것이나 숨겨진 것을 발견하려는 행동을 가리킨다. 쉬운 예로 “보물찾기”가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찾음”은 표기는 같지만, 맥락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러면 마태복음 7장 14절의 “찾음”은 어떤 의미일까? 좋아해서 찾아간다는 뜻일까, 아니면 발견한다는 뜻일까? 우선 한글 성경 몇 가지를 비교해보자.
개역개정: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새번역: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
공동번역: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 드는 사람이 적다
현대인의 성경: 생명에 이르는 문은 작고 길도 좁아 찾는 사람이 적다.
공동번역만 “찾아 드는”이라고 번역하고, 나머지는 모두 “찾는”이라고 번역했다. 이 두 경우 모두 한글성경의 번역은 “찾아가는”의 뜻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유명한 목사님들도 설교에서 넓은 길은 편안하고, 안락한 길로, 좁은 길은 불편하고 힘든 길, 그래서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길로 설명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원문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GNT Matthew 7:14 τί στενὴ ἡ πύλη καὶ τεθλιμμένη ἡ ὁδὸς ἡ ἀπάγουσα εἰς τὴν ζωὴν καὶ ὀλίγοι εἰσὶν οἱ εὑρίσκοντες αὐτήν.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단어는 εὑρίσκοντες(휴리스콘테스)이다. 이 단어는 εὑρίσκω(휴리스코)의 현재 분사 능동태 남성 복수 주격이다. 헬라어 사전(BAGD, 흔히 바우어 사전이라고 부른다)에서 εὑρίσκω(휴리스코) 항목을 찾아보면 가장 많이 쓰이는 의미가 의도적으로 찾은 후에 찾아내고(find), 발견하고(discover), 맞닥뜨리는(come upon)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의미가, 우연히 찾게 되고(find), 발견하게 되고(discover), 맞닥뜨리게(come upon) 되는 것으로 나온다.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의미는 연구나 사색을 통해서 깨닫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εὑρίσκω(휴리스코)에는 우리가 위에서 살펴 본 첫 번째 의미인 보거나 만나기 위해 찾아간다는 뜻은 없는 것이다. 오로지 찾아내고, 발견하고, 맞닥뜨린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다. 게다가 εὑρίσκοντες(휴리스콘테스)가 현재 분사 능동태이므로, 이 단어는 아주 의도적인 노력의 결과, 즉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 혹은 발견해내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면 영어 성경들은 어떻게 번역하고 있을까?
ESV Matthew 7:14 For the gate is narrow and the way is hard that leads to life, and those who find it are few.(Mat7:14ESV)
NIV Matthew 7:14 But small is the gate and narrow the road that leads to life, and only a few find it.(Mat7:14NIV)
NRS Matthew 7:14 For the gate is narrow and the road is hard that leads to life, and there are few who find it. (Mat7:14NRS)
여기에 인용한 세 가지 영어성경만이 아니라, 십여 종의 영어성경을 확인한 결과 모두 찾아내고, 발견한다는 뜻의 find로 번역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글 성경의 “찾는”이나 “찾아 드는”을 읽었을 때, 영어 성경의 find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마 영어로 want(원하다)나 favor(선호하다) 정도를 떠올리는 것이 쉬울 것이다.
이러한 의미상의 혼동을 방지하고, εὑρίσκοντες(휴리스콘테스)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찾는”이나 “찾아 드는”이 아니라, “찾아내는” 혹은 “발견하는”이라고 번역해야 옳을 것이다. 이를 개역개정 번역에 반영하면 아래와 같다.
개역개정: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아내는 자가 적음이라.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발견하는 자가 적음이라.
이렇게 7장 14절에서 말하는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과 길을 찾아내고, 발견해야 하는 적극적인 행동은 7장 14절의 전 문맥인 7장 7-12절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7장 7-8절에는 그 유명한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는 세 가지 명령이 나온다. 그리고 뒤이어서 그 세 가지 명령에 순종했을 경우에 주실 것이고, 찾아낼 것이고, 열릴 것이며, 하나님께서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는 약속이 나온다. 여기에서 하나님께서 주실 “좋은 것”은 14절의 “생명”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14절에는 좁은 문과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명령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명령은 7-8절에 나오는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는 명령과 일치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볼 때도, 우리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열심히 구해야 하는 것도 생명이고, 찾아내야 하는 것도 생명이고, 두드려야 하는 문도 생명의 문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7절에 나오는 “찾아낼 것이요”에 사용된 헬라어도 14절의 것과 같은 εὑρίσκω(휴리스코)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동안 많은 설교자들이 이 구절에서 좁은 문, 좁은 길을 기꺼이 걸어야 하며, 생명을 얻기 위해서 희생을, 고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연하고 좋은 교훈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태복음 7장 14절에서 새로운 교훈도 발견할 수 있다. 생명의 길이란 힘쓰고 애써서 발견해내야 하는 길이라는 것, 가만히 있어서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쉬운 길, 그러나 멸망의 길이 잘 보인다는 것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좁은 길이 왜 잘 보이지 않는지,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는 설교자들이 더 묵상해보아도 좋을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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