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6. 11:35ㆍ성경이야기
25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26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아야 하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27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2005년 8월 뉴올리언즈에서 벌어진 카트리나로 인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돕기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는 반면에 권력을 가진 자들은 오히려 2차 재난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받은 인상에 따르면 엘리트가 공황에 빠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모두 인간 본성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이 폐허를 응시하라 A Paradise Built in Hell>, p. 131. (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에서 재인용).
리베카 솔닛은 자기 말에 "인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솔닛은 결코 이 말을 가볍게 훑어보고 느끼는 감정을 인상비평하듯이 던지지 않았다. 솔닛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부터 2005년 카트리나까지 북아메리카에서 벌어진 다섯 건의 대재난을 꼼꼼하게 살피고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솔닛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재난 상황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은 실제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상상이고, 이것을 미디어들이 부풀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솔닛이 보기에 권력자들이 오히려 일반 대중들보다 훨씬 빈약한 인격의 탈을 쓰고 있었다. 온갖 교양과 허위로 꾸며진 얄팍한 가면 뒤에는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탐욕이 감추어져 있고, 그 탐욕을 채워줄 권력에 집착하다보니, 그 권력 기반이 흔들릴 위기가 닥치면, 오히려 패닉에 빠져서 허둥대고, 일반 대중들보다 더 저열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뤼트허르트 브레흐만도 <휴먼카인드> 앞 부분에서 지적하고 있다. 민간인에 대한 폭격이 전혀 전쟁의 실익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보고를 받고도 영국의 권력자들을 독일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폭격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들이 독일의 민간인 폭격을 경험하고도 말이다. 권력자들이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허탄한 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방인 집권자들과 권력가들의 본을 받지 말라고 경고하신다. 그러면서 권력은 오로지 섬김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하신다. 예수님은 권력 자체를 비판하시는 게 아니다. 권력도 변화되어야 한다는 걸 말씀하시는 것이다.
솔닛이 연구한 권력이, 브레흐만이 살펴본 권력이 사람을 섬기기 위한 권력이었다면, 그런 엘리트 패닉에 빠졌을까?
흔히들 권력은 자식하고도 나누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도 역사 속에서 그런 장면들을 자주 본다. 권력은 무자비한 것이고, 권력은 비정한 것이라고. 심지어 이 세상도 그런 곳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이기적이라고.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솔닛과 브레흐만의 연구는 이런 권력자들과 그들 곁에서 기생하는 언론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인간은 그렇지 않다고. 오히려 인간 일반은 선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그러면 교회는 어떤가? 교회 안의 권력구조는 정말로 섬기기 위한 권력구조인가?
교회는 성도들에게 섬기는 권력을 가르치고, 본을 보이고 있는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섬기는 권력을 이상으로 가르치고 있고, 그에 대한 본을 보여주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의 가치와 속성을 그대로 닮고 있는가?
목회자들은 스스로에게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를 따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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